하루 물 2리터 섭취가 필수라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통설이다. 이 기준은 1945년 미국 식품영양위원회에서 제시한 '하루 1밀리리터/칼로리'라는 권장량에서 시작됐는데, 평균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 2000칼로리에 맞춰 계산하면 약 2리터가 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 계산일 뿐 실제 개인의 필요량과는 거리가 있다. 물 필요량은 체중, 나이, 성별은 물론 활동량, 날씨, 습도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더 많은 물이 필요하고,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은 그보다 적은 양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우리는 마시는 물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수분을 섭취한다. 과일이나 채소에도 많은 양의 수분이 들어있고, 국물 음식이나 차, 커피 같은 음료를 통해서도 수분을 섭취한다. 특히 한식을 주로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물을 통해 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는데, 이런 부분은 2리터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과다한 물 섭취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신장에 부담이 가고,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고령자는 과다한 물 섭취가 위험할 수 있으며, 밤에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도 생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갈증이라는 정교한 수분 조절 시스템이 있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자연스럽게 갈증을 느끼게 된다. 소변 색도 좋은 지표가 되는데, 너무 진한 색이면 수분이 부족한 것이고 너무 맑으면 과다 섭취일 수 있다. 몇 가지 상황에서는 더 많은 물이 필요할 수 있는데, 더운 날씨나 운동할 때, 발열이나 설사가 있을 때,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일 때, 고단백 식단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결국 하루 2리터라는 기준은 참고만 하고, 자신의 생활 패턴과 신체 상태에 맞춰 적절히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은 많이 마신다고 해서 더 좋은 게 아니라 적당량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특히 물을 강제로 마시거나 필요 이상으로 마시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몸 상태와 생활 패턴에 맞춰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