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쇠퇴일로에 있던 시장이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의 프로젝트로 전국구 관광지가 되었다가, 이제는 또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니. 우리 동네 시장을 보면서 예산시장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예산시장의 극적인 변화
2023년 1월, 백종원의 손길이 닿은 예산시장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개장 10개월 만에 무려 2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연간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백종원 대표는 단순히 시장을 새롭게 꾸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청년 창업자들을 교육하고, 각 점포의 메뉴를 세세하게 컨설팅했다. 오래된 가게들은 맛과 위생을 개선하고, 새로운 가게들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켰다. 말 그대로 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대공사였다.
성공의 그늘: 젠트리피케이션의 덫
하지만 성공이 가져온 그림자도 있었다. 바로 임대료 폭등이다. 한때 10만 원이었던 월세가 16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치솟았다. 20배가 넘는 상승이다. 이런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자:
- 뉴욕 브루클린: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bohemian(보헤미안) 문화가 형성됐고, 이후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정작 그 문화를 만든 예술가들이 떠나야 했다.
- 런던 이슬링턴: 60년대 재개발 이후 중산층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났다.
- 베를린 프렌츠라우어 베르크: 저렴한 임대료로 유명했던 이 지역은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되었다.
백종원의 경고: "시장을 통째로 옮기겠다"
이런 상황에서 백종원 대표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비싼 임대료가 시장의 경쟁력을 해친다면 상인들과 함께 시장을 옮기겠다"는 것.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진지한 경고였다.
그가 특히 경계한 것은 '부동산 투기꾼'들이다. 시장이 뜨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무차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시장의 본질을 해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전통시장의 매력은 적정한 가격에 좋은 물건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인데, 임대료가 올라가면 자연히 물건 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있는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1. 임대료 상한제: 임대료 인상률에 제한을 두는 방법
2. 상생협약: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자발적인 협약 체결
3. 공공임대: 지자체가 건물을 매입해 적정 임대료로 임대
4. 앵커시설: 공공기관이나 대형 시설을 유치해 안정성 확보
하지만 이런 방안들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건물주의 이해와 상인들의 생존, 그리고 시장의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가 생각해볼 점
예산시장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전통시장의 현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의 정체성과 구성원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부동산 투기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다. 단순한 장사의 공간이 아닌, 삶의 터전이자 문화의 공간이다. 예산시장의 변화가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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