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오히려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 불안이나 불면증, 조현병 치료제를 먹다가 우울감이 생기거나 기존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건데, 생각보다 흔한 부작용이다. 특히 약을 처음 시작할 때나 용량이 바뀔 때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약물별로 보면 먼저 안정제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불안은 가라앉히지만 장기 복용하면 감정이 무뎌지고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면제도 비슷한데, 다음날까지 약효가 남아서 무기력하고 우울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항정신병 약물도 주의가 필요하다. 조현병이나 심한 불안을 치료하는 약인데, 도파민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의욕이 떨어지고 즐거움을 못 느끼게 되는데, 이게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특히 고용량을 쓰는 경우에 이런 부작용이 더 잘 나타난다. ADHD 치료제도 약효가 떨어질 때 기분이 가라앉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저녁 시간에 우울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약을 함부로 끊으면 안 된다.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금단 증상이 올 수 있고, 원래 질환도 다시 심해질 수 있다. 우울감이 생기면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용량 조절이나 약 변경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약을 먹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세히 기록해두면 의사와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약물 조절 말고도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규칙적인 수면, 가벼운 운동, 햇빛 쬐기 같은 기본적인 관리가 증상 개선에 도움된다. 카페인이나 술은 피하는 게 좋고,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이런 생활 관리를 병행하면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정신과 약으로 인한 우울증은 분명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이지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혼자 참거나 알아서 약을 조절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정신과 약은 개인차가 크니까, 자신에게 맞는 약과 용량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