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을 위해서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알고 있다. 나도 예전에 하루에 물 2리터 챌린지니 뭐니 하면서 열심히 마셔봤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적정선이 있더라. 처음에는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는 게 불편했고, 나중에는 이상한 증상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물도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롭다는 걸 깨닫고 나서 찾아보니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 몸은 나트륨 농도를 아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데, 이걸 저나트륨혈증이라고 부른다. 심하면 두통이 생기고 구역질이 나며 어지럽기까지 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한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거였다. 마라톤 선수들이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운동할 때도 적당히 마셔야 한다.
화장실도 문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가다 보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회의 중에도, 운전할 때도, 영화 볼 때도 계속 신경 쓰이고. 밤에 자다가도 한두 번은 깨서 가야 한다. 방광이 늘어나서 요실금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방광염이 있는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 회사에서 물 마시기 운동 한다고 책상에 물병 두고 하루종일 마셨다가 화장실 들락날락거리느라 일도 제대로 못한 적이 있다.
신장에도 무리가 간다.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은 보통 하루에 180리터 정도의 혈액을 걸러낸다고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이 필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마치 정수기 필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신장이 약한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과다 수분 섭취는 전해질 불균형도 일으킨다. 땀을 많이 흘리고 물만 마시면 체내 미네랄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이온음료를 마시는 거다. 나도 한때 다이어트한다고 물만 잔뜩 마셨다가 어지럽고 손발이 저린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해질 불균형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물을 안 마시면 안 되니까, 적당량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보통 성인 기준으로 하루 1.5-2리터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차가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할 수 있고,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더 적게 마셔도 된다. 날씨나 운동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결정적인 건 목마름이다. 우리 몸은 수분이 필요할 때 목마름을 느끼게 만든다. 이게 가장 자연스러운 신호다. 억지로 타이머 맞춰가면서 마실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물은 음식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과일이나 채소에도 수분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수박, 오이, 토마토 같은 채소와 과일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이다.
요새는 그냥 목마를 때 마시고, 운동할 때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컵, 식사할 때 한 컵, 그리고 중간중간 목마를 때 마시는 정도. 이렇게 하니까 화장실도 적당히 가고 컨디션도 좋다.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건강에는 늘 적정선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