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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글

by Panda House 2024. 11. 9.


처음 라면을 먹어본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음식이 라면이다. 편의점에서 새벽에 술안주로 먹던 라면, 과제하다가 출출해서 끓여 먹던 라면, 여행가서 호캉스는 못해도 라면은 꼭 끓여먹던 기억... 이렇게 많은 추억을 갖고 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그런데 우리가 매일 먹는 이 라면이 사실 꽤나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중국의 면 요리에서 시작해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온 건데, 재미있게도 각 나라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우리가 아는 라면의 시초는 1958년 일본의 닛신이 만든 치킨라멘이다. 밀가루와 기름으로 면을 만들고 그걸 튀겨서 수프와 함께 파는 방식.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1963년에 처음 들어왔는데 이게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당시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회장이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라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거다 싶었던 모양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식량난이 심각했고, 미국에서 들어오는 밀가루 원조도 많았다. 이걸 가공식품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결국 일본 기술자들을 데려와서 연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삼양라면'이 탄생했다.

가격이 10원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쌀 한 되가 8원이었다니 꽤나 비쌌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했다. 이유가 뭘까? 우선 맛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MSG의 힘이란... 거기다 끓이기만 하면 되니 정말 간편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외식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라면은 집에서도 식당 음식 같은 걸 먹을 수 있게 해줬다.

여담이지만 처음에는 '라멘'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 '라면'으로 바꿨다. 일본식 이름을 우리말로 바꾼 거다. 사실 중국어로는 '라미엔'인데 이건 좀 발음하기 어려웠나 보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초기의 라면 맛이 닭고기 맛이었다는 거다. 지금이야 소고기 맛이 대세지만 그때는 소고기가 너무 비싸서 닭고기로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라면은 점점 더 발전했다. 1982년에는 농심이 '신라면'을 내놓았는데, 이건 정말 획기적이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팔리는 라면 아닌가. 매운맛의 세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1983년에는 우리가 흔히 '둥지냉면'이라고 부르는 농심 냉면이 나왔다. 라면 기술을 우리 전통 음식에 접목한 거다.

재미있는 건 이제는 라면이 완전히 한국 음식이 됐다는 거다. 전 세계 라면 소비량을 보면 우리나라가 1인당 연간 70~80개로 압도적 1위다. 인구로 치면 우리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적은데 말이다. 거의 중독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해외여행 가면 라면을 한 박스씩 들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김치랑 라면이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나.

최근에는 라면의 종류도 정말 다양해졌다. 일반 라면부터 시작해서 컵라면, 냉라면, 비빔라면, 쌀라면까지.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서 노화방지제도 넣고 나트륨도 줄이고. 그래도 여전히 제일 잘 팔리는 건 신라면이라고 한다. 아무리 건강에 해롭다고 해도 이만한 게 없지 않나. 특히 밤늦게 배고플 때... 라면 한 봉지면 인생이 다시 즐거워진다.

가끔 해외 음식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국의 라면 문화를 다루는데, 그들 눈에는 신기하기 그지없나 보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끓여주고, 각종 토핑을 얹어 먹고, 심지어 라면에 치즈를 넣어 먹는 것까지.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이 문화가 그들에겐 독특하고 새로운 거다. 그래서 요즘엔 '라면 먹방'이 유튜브에서 인기 있다고 하더라.

이제 라면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겠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라면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라면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친근한 음식으로 남아있을 거란 거다. 힘들 때 위로가 되고, 즐거울 때 더 즐거워지게 만드는... 그런 음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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