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 해보자

길고양이 겨울집 만들기를 직접 시도해보았다. 지난 겨울에 같이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추위에 발 동상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들이 쳐다볼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인지 별 말도 없었다.
 

[재료 준비]

먼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구했다. 크기는 45x35x30cm 정도면 적당하다. 다이소에서 파는 1000원짜리는 조금 작아서 배달 음식점에서 얻어왔다. 비닐이 씌워진 것은 제거하고 방수 테이프나 나중에 방수천을 씌워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극세사 담요나 폴라폴리스 담요같이 보온성이 좋은 것을 준비한다. 담요는 실밥이 없는 새것을 사야한다. 실밥이 있는 헌옷이나 수건을 쓰면 고양이가 먹거나 엉키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비닐봉지에 신문지를 채워넣어 단열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제작]

입구는 15x15cm 정도로 작게 만든다. 작게 만들어야 보온이 잘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데 고양이는 좁은 입구를 더 선호한다. 냉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입구 주변을 테이프로 단단히 마감한다. 스티로폼 가루가 날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부와 외부에 단열재를 붙인다. 다이소에서 파는 붙이는 단열재도 좋고, 내가 한 것처럼 비닐봉지에 신문지를 넣어서 붙여도 된다. 뚜껑 부분도 중요한데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니까 여기도 꼭 단열을 해줘야 한다.
 

[내부 마감]

바닥에는 신문지를 5-6장 정도 깔았다. 겹겹이 많이 깔수록 습기 흡수가 잘된다. 그리고 그 위에 폴라폴리스 담요를 3-5cm 두께로 깔았다. 양모 담요도 보온성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극세사 담요도 추천할만하다. 짚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데, 담요는 날씨가 추워지면 얼음덩이가 될 수도 있지만 짚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둘 다 준비해서 날씨에 따라 바꿔주기로 했다.
 

[온도 유지 장치]

USB 온열 방석을 넣어보았다. 보조배터리로 4-5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한파가 심할 때는 핫팩을 같이 넣어준다. 이런 구조로 만든 겨울집은 외부 온도가 0도일 때도 내부가 15도 정도로 유지된다고 한다. 바람막이용 비닐도 준비했는데, 고양이들이 익숙해지면 그때 달아줄 예정이다.
 

[설치와 관리]

처마 밑에 설치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비바람이 덜 불어오는 곳이다. 중요한 건 지면에서 10cm 이상 띄워야 한다는 점이다. 습기가 차면 안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도 신경써서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골랐다. 정기적으로 내부를 청소하고 젖은 담요는 바로 교체하려고 한다. 먹이는 멀리 주는데, 주변에 주면 다른 동물들이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적응]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들어가질 않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니까 들어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 마리가 독차지하려고 해서 걱정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고양이들도 들어가는 것 같다. 3마리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행이다. 고양이들도 이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효과와 주의사항]

이렇게 만든 겨울집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날이 추워져도 고양이들이 잘 버티는 것 같다. 다만 주의할 점은 비가 새거나 습기가 차지 않도록 자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들어가고 나갈 때 혹시나 다치지 않도록 입구 주변도 매끄럽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더 추워지면 담요를 더 보강하거나 핫팩을 더 자주 넣어줘야 할 것 같다.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이 이 작은 집에서 추위를 잘 견뎌내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 겨울엔 이번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겨울집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여러분도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위해 겨울집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료도 많이 비싸지 않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