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가 커피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바꿔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녹차에도 카페인이 꽤 많이 들어있더라. 특히 밤에 마시면 잠을 설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녹차의 카페인 함량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녹차 한 잔(200ml)에는 보통 25-35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건 커피의 1/3 정도 되는 양이다. 얼핏 보면 적은 것 같지만, 하루에 여러 잔 마시다 보면 카페인 섭취량이 꽤 늘어난다. 게다가 녹차를 진하게 우려 마시는 사람들은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물론 이 수치는 고정된 게 아니다.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찻잎의 종류가 중요하다. 어린 잎일수록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다. 첫물차나 우전차처럼 고급 녹차일수록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뜻이다. 수확 시기도 영향을 미치는데, 봄에 딴 차가 여름이나 가을에 딴 차보다 카페인이 더 많다.
우리는 방법도 카페인 함량에 영향을 준다. 물 온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시간이 길수록 카페인이 더 많이 추출된다. 보통 70-80도의 물로 1-2분 정도 우리는 게 적당한데, 이렇게 하면 적정량의 카페인이 우러나온다. 끓는 물로 오래 우리면 쓴맛도 강해지고 카페인도 더 많이 나온다.
다른 음료들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아메리카노 한 잔(200ml)에는 약 1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고, 콜라(250ml)에는 23mg 정도다. 홍차는 녹차와 비슷한 수준이고, 우롱차는 조금 더 적다. 보리차나 루이보스차는 카페인이 없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마시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보통 카페인은 섭취 후 30분-1시간 정도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고, 5-6시간 정도 지속된다. 그래서 저녁 6시 이후에는 녹차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밤에 잠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나 수유부는 더 조심해야 한다. 하루 200mg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피하는 게 좋은데, 녹차를 여러 잔 마시다 보면 이 수준을 쉽게 넘을 수 있다. 과다 섭취하면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
위장이 예민한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녹차의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 공복에 마시면 속쓰림이나 메스꺼움이 생길 수 있다. 식사 후에 마시는 게 좋고, 너무 진하게 우려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고 녹차를 마시지 말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적당량의 카페인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집중력을 높여주고 피로를 줄여주며, 운동 능력도 향상시켜준다. 중요한 건 자신의 카페인 민감도를 파악하고, 하루 섭취량을 조절하는 거다.
요즘은 이렇게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 잔, 점심 식사 후 한 잔 정도로 제한한다. 오후 3시 이후에는 마시지 않고, 대신 보리차나 루이보스차를 마신다. 이렇게 하니까 카페인 과다 섭취도 피하고, 수면에도 지장이 없다.
하루 2-3잔 정도의 녹차는 오히려 건강에 좋다. 카페인뿐만 아니라 카테킨이나 테아닌 같은 좋은 성분도 많이 들어있으니까. 그저 마시는 시간과 양을 잘 조절하면 된다. 결국 건강한 음료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