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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충격적인 이야기 - 벌레가 또 나왔다(화장실 배관 틈새 막기 작업)

Panda House 2024. 6. 8. 09:46

1. 북한 바로 밑에 산다고 해충이 안 나올 줄 알았어?


파주로 이사를 온 지 반년이 넘었다. 겨울에 와서 벌레가 하나도 없었는데, 파주라서, 추운 지방이라서 벌레 걱정이 없을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 추운 지방이 어딨 을까? 지리 시간에 다 배워놓고선 그냥 벌레가 없길 바라는 헛된 희망과 인지부조화일 뿐이었다. 이사 왔을 때 창틀에 쌓여있던 해충의 잔해를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봄도 지나지 않았는데 초 봄부터 알 수 없는 녀석들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모 업체를 불렀는데 똑같았다. 뭐가 문제일까?



2. 문제의 원인만 몇 개월 째 찾고 해결하고를 반복하다.


그렇게 잘 막았는데 화장실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 녀석을 보았다. 사실 이제 하도 많이 봐서 포비아 증세가 없어질 기세다.

얼마 전에 약제적 방법으로 주변 밭을 초토화시켰다. 왜 그랬냐 하면 비가 오는 어느 날, 밭에서 불과 30cm 떨어져 있는 우리 집 벽 쪽과 주차장 쪽으로 좀 수십 마리와 납작 벌레 수십 마리가 기어 다니는 괴랄한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집에 한 때 하루에 하나씩 출몰하던 애들이다.

아무리 아무리 창틀을 막아보고, 방충망 점검과 빛 차단을 해도 잊을만하면 또 기어 나왔다. 에프킬라를 매일 뿌렸더니 그땐 안 나왔다. 하지만 그게 원인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먹이형 약제를 집 주변과, 특히 밭 쪽에 마구 뿌려놨더니 먹고 먹히는 초토화 작전이 시작되었다. 당분간 살아있는 개체는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와, 이게 가능하구나.

그래서 한동안 안심했는데 화장실에서 또 나오다니, 알고 보니 화장실 쪽 벽은 다른 집과 맞물려 있는데 그쪽은 방제를 안 했다. 게다가 우리 집 세면대 아래쪽을 보니 대문처럼 틈새가 있었다. 아, 저기로 지금까지 다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면대 벽과 배관 사이 벽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더러운 공간이라 최대한 모른 척했는데 그게 원인이었다니, 정말 등잔 밑이 어둡다.



3. 챗지피티는 다 알고 있다. 벌레를 어떻게 막는지 말이다.


구글 chat gpt에 물어보았다. 거기로 들어올 수 있냐고. 대답은 단호했다.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막는지 물어보니 실리콘과 덕트테이프가 필요하단다. 나는 당장 신발장에 보관해 두었던 실리콘을 들고 달려가 무지성으로 그곳을 다 막아버렸다. 그리고 쿠팡에서 새벽배송으로 덕트테이프(duck tape라 표기된 상품이었음)를 비싸지만 하나 사서 그다음 날 배관주위를 돌돌 말아놓았다.


gpt와 해충 차단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했다.



지금은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째 안 나온다. 일주일 전에 내가 내 입으로 블로그에 유입구 차단에 대해 그렇게 3천 자에 가깝게 구구절절 설교를 해놓고선 정작 우리 집은 뒷전이었다니 현타가 크게 왔다.

비가 다시 오고 있다. 비만 오면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고, 이것은 하늘이 주시는 자연의 은혜다. 하지만 그 작고 징그러운 생명은 도무지 은혜라고 느끼기 어렵다. 물론 그들이 있어 자연 생태계라는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것이겠고, 그들 중 하나라도 멸종한다면 톱니바퀴가 빠지는 것이니 바람직하지 않지만 나는 그래도 그들을 환영하고 싶지 않다. 벌레포비아는 내 불안증상과 스트레스가 커질 때 같이 커졌지만 하도 이들과 씨름하다 보니 이제 예전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심장이 내려앉는다.



덕트 테이프 중 비싼 브랜드 같다. 이걸로 배관의 틈새를 막아 벌레를 차단한다.

이번에 비가 마르면 또다시 약제 작업을 하고, 습기로 떨어진 방충망 테이프나 이런저런 것들을 보수해야 한다. 나는 언제쯤이면 대자연에 익숙해질까?